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5층짜리 건물이 철거 중 무너져 차량 3대를 덮친 사고, 기억하십니까?
이 사고로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가 숨지고 5명이 다쳤는데요,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철거 현장은 안전한지, 사고 피해자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우현기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리포트]
건물 잔해에 깔린 차량에는 결혼을 7개월 앞둔 예비부부가 타고 있었습니다.
결혼 반지를 찾으러 가다 사고를 당했는데 예비 신랑은 4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예비 신부는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예비신부 아버지가 신랑 아버지와 함께 딸을 만나러 왔습니다.
[이모 씨 / 숨진 예비신부 아버지]
"시간이 1년이 지났는데 매주 와요. (아내는) 차 안에서 소리 내서 울지도 못하고 훌쩍훌쩍 거리고 있어요."
유골함 옆에는 반지가 놓여 있습니다.
[이모 씨 / 숨진 예비신부 아버지]
"(딸이) 아침에 전화로 '결혼 반지를 찾으러 오늘 가', 유일한 딸의 얘기이고 말이에요"
예비신랑은 충격적인 사고 트라우마에 갇혀 있습니다.
[황모 씨 / 예비신랑 아버지]
"자기 혼자 살아있다는 죄책감에 밤새 악몽에 시달리고 잠도 못 자고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고 정신과에 계속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경찰 조사에서는 철거업체 대표가 공사 기간을 줄이려 철거 계획서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크레인으로 굴착기를 올려 위층부터 아래층으로 철거해야 하는데, 폐기물을 쌓아 큰 굴착기가 올라갈 경사로를 만든 뒤 건물 중간부터 철거했습니다.
철거용 지지대와 가림막도 부족해 건물 잔해가 도로를 덮친 겁니다.
사고 1년이 지난 지금 철거 현장은 안전할까.
서울 시내 한 철거현장에는 가림막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보행자들이 공사장에서 튄 물과 먼지를 맞습니다.
[김중식 / 서울 종로구]
"많죠 위험한 게. 가림막이 제대로 안 돼 있잖아요. (낙하물) 그런 게 불안하죠."
철거를 앞둔 또다른 현장은 계획서대로 철거용 지지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유리조각 등 위험 자재들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안형준 / 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
"이런 것들은 사전에 좀 치워야 될 거예요. 작업자들 다칠 수 있으니까."
서울시가 올해 점검한 철거공사장 7백여 곳 중 절반 이상이 철거 계획을 지키지 않거나 안전 시설이 미흡해 지적을 받았습니다.
관련자 처벌도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건축주와 철거업체 대표 등 1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이중 철거업체 대표와 굴착기 기사 등 4명은 지난 7월 항소심 선고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건축주 부부 등 8명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양진석 / 잠원동 붕괴 사고 유족 법률대리인]
"건축주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다 끝났기 때문에…이렇게까지 늦어지는 것은 도저히 납득을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여전히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비극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황모 씨 / 예비신랑 아버지]
"보기 좋은 한 쌍이었는데 기성세대들의 안전불감증으로 그 꿈을 접었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모 씨 / 숨진 예비신부 아버지]
"빨리빨리 될 줄 알았어요. (주위에서는) 다 끝난 줄 압니다. 아직까지도 끝난 게 하나도 없거든요."
'다시간다' 우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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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한효준 이준희 강승희